심연극장의 심장부에 울린 이름은 단 하나였다.
리세.
그러나 그 이름은 단순한 호명이 아니었다.
그 이름이 공간을 울리는 순간, 공기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렸고, 세 사람의 발밑을 지탱하던 투명한 바닥은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이 이름을 들어버린 순간부터, 이 공간이 더는 그들을 이전과 같은 존재로 두지 않겠다는 듯이.
유라는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눈앞에 서 있는 존재가 자신과 닮았다는 직감.
그러나 단순히 닮은 정도가 아니었다.
유라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감각이 고개를 들며 속삭였다.
저 사람을 알고 있어.
네가 잊어버렸을 뿐이야.
리테 역시 그 얼굴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가슴 밑바닥을 찌르는 기묘한 공격감.
두려움이라기보다 거의 슬픔에 가까운 감정.
자신을 잃어버린 아이가 갑자기 잃었던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은 감정.
그러나 그것이 기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설명할 수 없는 고통처럼 느껴졌다.
그 존재는 천천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따뜻함이나 미소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분명 감정이 있었다.
기억을 지닌 사람이었고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오랫동안 기다린 사람이었다.
리세가 말했다.
둘 다
여기 올 수 있을 거라곤
사실 생각하지 않았어.
그 말은 무심한 듯 들렸지만,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마치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음을 인정하는 목소리.
유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질문을 꺼냈다.
왜
우리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
왜… 이름을 알고 있어
그리고
왜 우리와… 얼굴이…
말의 끝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말끝이 꺾일 만큼 그녀의 심장은 혼란에 잠겨 있었다.
리세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걸음이 바닥을 울리는 순간, 바닥 아래의 어둠이 파문처럼 흔들렸다.
이제 말해줄 때가 됐어.
너희가 누구인지
왜 여기 있는지
그리고
왜 너희 둘 중 누구도 리세가 아닌지
유라는 숨을 삼켰다.
리테는 손끝이 차갑게 얼어가는 것을 느꼈다.
리세는 손을 들어 두 사람 사이를 천천히 가리켰다.
너희 둘은 기억 속의 결함이 만들어낸
두 개의 분리된 그림자야.
그 말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너무 단정적이었다.
유라가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분리된… 그림자?
리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원래 너희는 하나의 존재였어.
한 사람
한 마음
한 이름
그 이름이 바로 리세였지.
둘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리세는 담담하게 계속했다.
그러나 어느 날
너희의 기억이 심연극장에 의해 잘려나갔어.
이름도 잘리고
기억도 잘리고
그리고 심연은 두 개의 조각을 만들었지.
두 조각의 그림자가
두 사람으로 탄생한 거야.
그 순간 공간 전체가 울렸다.
벽이 진동하며 바닥 아래의 어둠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유라가 비틀거리며 리테 쪽으로 몸을 돌렸다.
리테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우리가
원래…
한 사람이라고…?
리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래.
너희 둘은 원래
너희 둘이 아니다.
너희 둘은
나였어.
그 말은 유라와 리테의 몸 전체를 강하게 뒤흔들었다.
유라는 자신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심장 아래 어딘가에서
오래전부터 잃어버린 무언가가
천천히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리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가슴 어딘가에서
끊어진 실들이 서로를 다시 찾아 감싸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 감각은 고통스럽고
아프고
그러나 너무나 익숙했다.
리세는 둘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기억이 두 개로 갈라진 순간
너희의 성격도 갈라졌고
감정도 갈라졌고
사는 길도 달라졌지.
유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리테는 숨이 막혔다.
리세는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다시 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한 사람의 기억에는
절대로 담을 수 없는 고통이 있었다는 거야.
고통.
둘의 마음이 동시에 떨렸다.
리세는 조용히 설명을 이어갔다.
누가 너희를 갈라놓았는지
왜 갈라졌는지는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이건 확실해.
둘이 하나가 되지 않는 이상
진짜 기억은 절대로 완성되지 않아.
유라는 두려움에 차서 물었다.
하나가 된다면
우리는… 사라져?
리세는 처음으로 아주 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라지는 게 아니야.
돌아가는 거야.
너희가 원래 있어야 했던 곳으로.
너희가 원래 가진 이름으로.
리테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었다.
기쁨도 아니었고
슬픔도 아니었으며
그저 ‘되돌아갈 수 있다’는 감각이
그녀의 심장을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세의 표정은 갑자기 굳어졌다.
단
문제는 있어.
너희를 갈라놓은 존재가
이 공간 깊은 곳에 아직 남아 있다는 거.
유라와 리테는 동시에 리세를 바라보았다.
그 존재가
너희가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걸
절대로 원하지 않아.
그 순간
심연극장의 깊은 어둠 아래에서
낮고 긴 울음 같은 소리가 울렸다.
저 아래에 있는 존재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세 사람의 그림자가
마침내 서로의 형태를 인식한 순간
심연극장은
그림자들의 원래 주인이 돌아왔음을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