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불의 사람 – 1부 은맥 아래의 고독

렌 파크는 새벽이 오기 전부터 갱도의 입구에 서 있었다. 하늘은 아직 밤의 색을 품고 있었고 바람은 광산의 냄새를 실어 날랐다. 그는 장화를 고쳐 신고 등불의 불씨를 확인한 뒤 말없이 갱도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그는 혼자였다. 혼자인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소리가 없는 이 깊이는 그에게 계산을 허락했다. 땅의 층위를 머릿속에서 나누고 금속의 결을 떠올리며 오늘 어디를 파야 하는지 정리했다. 그는 믿음보다 증거를 믿었다. 신보다 숫자를 믿었고 기도보다 기록을 믿었다.

갱도 안은 축축했다. 돌벽에는 오래된 물자국이 남아 있었고 발밑의 자갈은 균일하지 않았다. 렌은 곡괭이를 들어 천천히 내려쳤다. 한 번 두 번 리듬이 생겼다. 그의 호흡은 일정했다. 광맥을 찾는 일은 기다림과 관찰의 연속이었다. 성급함은 사고를 부르고 망설임은 기회를 놓쳤다. 그는 그 둘 사이를 걸었다. 곡괭이가 돌을 깨뜨릴 때의 감각은 손목에 정확히 전해졌다. 둔탁한 소리와 다른 음이 섞이면 그는 즉시 멈췄다. 그 미세한 차이가 은의 존재를 말해주곤 했다.

한참을 파고 나서야 그는 작은 빛을 보았다. 갱도의 벽면에 은빛이 스쳤다. 그는 숨을 고르고 손전등을 가까이 가져갔다. 반사되는 광택은 확실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더 깎아냈다. 광맥은 얇았지만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 양은 많지 않아 보였지만 증명에는 충분했다. 렌은 주머니에서 작은 천을 꺼내 은괴를 감쌌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다음 단계가 떠올랐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표본을 들고 마을까지 가야 했다. 거리는 멀고 길은 험했다. 그러나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사고는 갑자기 일어났다. 위쪽에서 작은 돌들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균형이 무너졌다. 렌은 몸을 낮추려 했으나 바닥의 자갈이 미끄러웠다. 무거운 충격이 다리를 덮쳤다. 통증이 번졌다. 숨이 막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갱도 안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고요는 그의 적이 아니었다. 그는 고요 속에서 상태를 점검했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의식은 선명했다. 은괴는 손에 있었다. 그는 그것을 놓지 않았다.

렌은 기어 나갈 수 있는지 계산했다. 팔과 상체는 움직였다. 다리는 끌 수 있었다. 그는 시간을 잴 수 없었지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는 은괴를 가슴 쪽에 고정하고 손으로 바닥을 당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자갈이 손바닥을 긁었다. 돌의 모서리가 피부를 베었다. 그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리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출구를 향해 방향을 잡고 몸을 끌었다. 갱도의 경사가 바뀔 때마다 통증은 커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해는 이미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땅 위에 엎드린 채 한동안 숨을 골랐다.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기어갔다. 마을까지 이어진 자갈길은 길었다. 사람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시간에 그는 늘 혼자였다. 그는 혼자인 것이 좋았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도움에는 대가가 따랐다. 그는 대가를 싫어했다.

자갈길을 기어가는 동안 그는 생각했다. 이 은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은은 그에게 시간을 벌어줄 뿐이었다. 더 깊은 곳에는 더 큰 것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믿음이 아니라 추론이었다. 은이 있는 곳에는 다른 금속이 있었다. 지층의 구조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숫자를 떠올렸다. 비용과 수익과 위험을 줄로 세워 비교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 계산 안에 넣었다.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마을의 인증소가 보였을 때 그는 이미 지쳐 있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문 앞까지 기어가 문틀을 잡고 몸을 세웠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흙이 묻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책상 뒤에 앉아 있던 관리인이 그를 보고 놀랐다. 렌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은괴를 내밀었다. 관리인은 그것을 받아 들고 빛을 비추어 확인했다.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렌은 바닥에 앉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인증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종이에 도장이 찍혔다. 렌은 서명을 했다. 손이 떨렸지만 글씨는 분명했다. 관리인은 의사를 부르자고 했지만 렌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류를 접어 가슴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는 자갈길에 앉아 잠시 쉬었다. 햇빛이 따가웠다. 그는 눈을 감고 호흡을 정리했다.

며칠 후 그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리는 깁스로 고정되어 있었다. 통증은 파도처럼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는 쉬지 않았다. 그는 노트를 꺼내 계산을 시작했다. 은의 가격과 운송비와 인건비를 적었다. 그리고 지층의 기록을 다시 그렸다. 그는 은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은은 가벼웠다. 기름은 무거웠다. 기름은 땅에 오래 남아 있었고 더 많은 돈을 약속했다. 그는 지도를 펼쳤다. 먼 지역의 보고서를 읽었다. 유정의 가능성은 점점 분명해졌다.

그는 혼자였다. 그러나 고독은 약점이 아니었다. 고독은 그에게 방향을 주었다. 사람의 말이 없는 곳에서 그는 땅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결심했다. 다리가 회복되는 대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믿었다. 이름은 증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밤이 되자 그는 창밖을 보았다. 별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는 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는 땅을 보았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노트에 적었다. 시작은 은으로 끝은 기름으로. 그는 점을 찍고 선을 그었다. 선은 점점 길어졌다. 그 길 위에서 그는 혼자 걸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렌 파크의 첫 단계는 그렇게 끝났다. 은맥 아래의 고독은 그를 꺾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고통을 비용으로 계산했고 고독을 자본으로 삼았다. 그리고 다음 날을 기다렸다. 다음 날은 늘 더 큰 계산을 요구했다. 그는 그 계산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