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4부 감춰진 방과 두 사람의 첫 만남
아침이 완전히 지나가고, 도시의 흐린 낮빛이 서서히 누렇게 바래가던 시간. 리테는 아직 방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두 손은 침대 옆 기둥을 잡고 있었고, 손등에는 약간의 힘이 남아 있었다. 그 힘은 계단 아래에서 들린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몸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 스스로를 붙잡고 있는 불안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방 안으로 다시 … Read more
아침이 완전히 지나가고, 도시의 흐린 낮빛이 서서히 누렇게 바래가던 시간. 리테는 아직 방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두 손은 침대 옆 기둥을 잡고 있었고, 손등에는 약간의 힘이 남아 있었다. 그 힘은 계단 아래에서 들린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몸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 스스로를 붙잡고 있는 불안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방 안으로 다시 … Read more
도시의 낮은 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층 건물들이 뒤엉킨 언덕과 바다를 잇는 길 위로 희뿌연 안개가 떠 있었고, 가로등은 꺼졌지만 회색빛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어 모든 것이 흐린 빛에 잠겨 있었다. 항만에서는 여전히 화물선의 경적이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고, 크레인들이 거대한 팔을 천천히 움직이며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었다.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어디가 중심부인지, 어디까지가 … Read more
리테가 눈을 뜬 아침은 희미한 빛이 창문 커튼 틈으로 스며드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빌라 주변의 건물 외벽은 밤의 흔적을 아직 떨쳐내지 못한 것처럼 축축해 보였고, 도시의 굵은 숨소리는 여전히 낮과 밤의 경계를 헤매는 듯했다. 밤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리테의 머릿속은 이상하게 맑았다. 물론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 Read more
도시는 아직 완전히 잠들지 못한 밤이었다. 항만에서 올라오는 기름 섞인 바닷내가 언덕 위까지 밀려와 도로를 감쌌다. 비가 그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스팔트는 희미하게 젖어 있었고, 가로등 불빛은 물기를 머금은 노면 위에서 길게 번져 있었다. 남쪽 절벽과 북쪽 오래된 주거지가 맞닿는 경계선에는 한 줄기 도로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도로를 그림자 항로라 불렀다. 낮에는 평범한 도심 외곽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