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8부 뒤늦은 고백과 되돌릴 수 없는 파문

심연극장의 벽이 모든 방향으로 갈라지며 허공에 흩어져 나갔다.도시는 이미 도시가 아니었고, 무대는 더 이상 무대가 아니었다.그 모든 것들은 세 존재가 만들어내는 빛에 의해점점 더 빠른 속도로 소멸하고 있었다. 유라리테리세 세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의 흐름은이미 ‘세 개의 흐름’이 아니라하나의 강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빛과 그림자희망과 절망기억과 망각 모든 감정의 대립이 사라지면서세 존재의 경계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유라는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7부 심연극장에서 열린 마지막 무대

세 사람의 손이 맞닿은 순간,흰 도시 전체가 거대한 파동에 휩싸였다.그 파동은 단순한 빛도, 단순한 에너지도 아니었다.기억의 흐름감정의 역류그리고 존재가 서로를 덮어씌우는 융합의 파동이었다. 유라는 손끝부터 퍼지는 감각에 숨을 삼켰다.리테의 그림자가 유라의 손가락 위로 번져 들어오고유라의 빛이 리테의 손바닥 아래로 스며들었다.둘은 서로 섞이지 않기 위해 버텨온 존재였지만이제는 서로에게 침투하며하나의 감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리세는 중앙에서 두 사람의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6부 추락한 영혼과 맞바꾼 소원의 대가

흰 도시가 거대한 파동에 휩싸이듯 흔들리고 있었다.심연의 존재는 이제 도시의 하늘 전체를 먹어치울 듯 내려앉았고,검은 실들은 살아 있는 초목처럼 도시의 골목과 건물을 휘감으며가까스로 남아 있던 기억의 잔해들을 찢어내고 있었다. 유라와 리테는 서로의 손을 꽉 잡은 채떨리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방금 마주한 기억그 기억 속에서 보았던 리세그가 마지막까지 남기려 했던 희망과 그림자그리고그 감정들이 바로유라와 리테 자신이었다는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5부 리세가 사라진 밤의 기록

도시 전체가 부서진 기억처럼 울리고 있었다.깨진 창문 사이로 바람도 아닌 울음이 스며들었고흰 안개는 더 짙어져마치 누군가의 목소리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 유라와 리테는 여전히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검은 형체가 남긴 마지막 말의 충격 속에 있었다. 진짜 기억만 남는다. 그 말은둘 중 하나를 없애겠다는 뜻이기도 했고둘 중 하나가 ‘가짜’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두 감정은 이미 뒤섞이기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4부 탄환보다 먼저 떨어진 눈물

도시는 흔들렸다.기억으로 만들어진 이 바다 절벽 아래의 도시는마치 깊은 잠에서 억지로 깨워진 생명체처럼거대한 신음과 함께 진동하고 있었다. 흰 안개가 찢어지며 하늘을 향해 솟구쳤고부서진 건물 사이로 검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그 균열은 단순한 틈이 아니라‘가짜 기억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 같았다. 유라는 머리를 감싸며 숨을 몰아쉬었다.몸 안 깊은 곳에서 두 개의 감정이 서로 물고 뜯는 듯한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3부 가짜 기억들이 서로를 물어뜯다

흰 도시의 중심, 안개가 부유하는 거리 가운데에서기억의 생명체처럼 보이는 존재가 천천히 걸어왔다.그의 발걸음은 소리 없이 땅에 닿았고도시는 그를 ‘기억하는 듯’ 고요해졌다. 유라는 숨이 멎어버린 퍼즐의 조각처럼자신의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들끓는 것을 느꼈다.그 존재는 실제 사람이 아닌기억이 형체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러나그의 눈은 너무나 선명했다.누군가의 과거가누군가의 절망이누군가의 살아남은 흔적이그 눈 속에서 빛도 없이 타고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2부 바다 절벽 아래의 은밀한 도시

심연극장이 거대한 몸부림을 치며 흔들리던 순간,어둠이 찢어지듯 뒤틀렸다.검은 실들이 공기를 갈라내며 폭발했지만바닥 아래의 깊은 층에서는 또 다른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다.심연보다 더 아래,빛도 닿지 않고 기억도 내려가지 않는 깊은 틈. 그 틈에서 바람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바람도 아닌데 바람처럼 들리고누군가의 목소리도 아닌데누군가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소리. 유라는 순간적으로 그 소리가자신을 불렀다는 걸 느꼈다.리테는 귀를 막았지만막아도 들리는 소리였다.마음 안에서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1부 무너지는 마음이 만든 선택

심연 아래의 존재가 드디어 방향을 정한 순간,심연극장은 숨을 멈춘 것처럼 완전히 정적에 빠졌다.그림자 실들이 천천히 일어섰고공기 자체가 눌린 듯 가라앉았다.그리고 거대한 얼굴의 형체가리세를 향해 더 또렷하게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라는 절박하게 손을 뻗었다. 안 돼안 돼 안 돼그는 우리를 지키려고 했어 그러나 그 말은 심연에게 닿지 않았다.심연의 존재는 감정을 듣는 존재가 아니라감정을 ‘먹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0부 리세를 추적하는 검은 의뢰

심연극장은 더 이상 ‘공간’이 아니었다.그곳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숨을 쉬고 있었고세 사람, 유라, 리테, 리세의 그림자는심연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또 다른 거대한 그림자와 겹쳐지며하나의 무대처럼 얽혀 버리고 있었다. 사내의 외침.그 존재는 ‘먹는 존재’가 아니라기억을 빼앗는 ‘그림자의 주인’. 그 말은심연을 뒤흔드는 진실이었다. 그림자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사내는 단번에 리세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 숨길 수 없어너는이미 오래전부터그 존재에게 ‘의뢰’를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19부 가려진 무대에서 교환된 시선

심연 아래에서 치솟아 올라온 거대한 그림자는 이제 완전히 ‘형체’를 가진 듯 보였다.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아는 생명체의 구조와 전혀 닮지 않았다.빛을 흡수하며 기어오르는 검은 실들그 실들이 서로 엉켜 만들어낸 커다란 덩어리형체는 늘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하며마치 살아 있는 악몽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 존재는 공간 전체를 흔들며 울었다.울음이라기보다는기억을 짓눌러 깨뜨리는 소리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가장 어두운 감정을억지로 끄집어내는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