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2부 도시 밑바닥에 잠든 이름 없는 여인

리테가 눈을 뜬 아침은 희미한 빛이 창문 커튼 틈으로 스며드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빌라 주변의 건물 외벽은 밤의 흔적을 아직 떨쳐내지 못한 것처럼 축축해 보였고, 도시의 굵은 숨소리는 여전히 낮과 밤의 경계를 헤매는 듯했다. 밤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리테의 머릿속은 이상하게 맑았다. 물론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 Read more

그림자 항로의 남쪽 끝 – 1부 밤의 균열에 떨어진 사람

도시는 아직 완전히 잠들지 못한 밤이었다. 항만에서 올라오는 기름 섞인 바닷내가 언덕 위까지 밀려와 도로를 감쌌다. 비가 그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스팔트는 희미하게 젖어 있었고, 가로등 불빛은 물기를 머금은 노면 위에서 길게 번져 있었다. 남쪽 절벽과 북쪽 오래된 주거지가 맞닿는 경계선에는 한 줄기 도로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도로를 그림자 항로라 불렀다. 낮에는 평범한 도심 외곽 … Read more